무엇이 되고 싶은가, 무엇을 하고 싶은가

수정이와 산책을 하면서 나눈 이야기를 쓰려고 한다. 내가 열심히 말을 했더니, 수정이가 글을 쓰라고 했다.

“오빠, 지금 말한 그 생각을 글로 써. 글로 표현하는 것과 그냥 말하고 지나는 것은 차이가 커”

나도 전적으로 동의하는 문장이다. 어떤 말 또는 일을 하고나서 그것들을 문서로 작성하고 나면 그 가치가, 쓰기 전과 크게 달라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일을 해놓고도 이것은 그냥 일이지 특별한 아이디어가 아니다며 넘어가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 일을 배경, 동기, 방법 그리고 결과까지 문서화 해놓고 보면 훨씬 가치있는 자산이 되기도 한다.

네덜란드에 온 이후로 자주 생각하는 질문 중 하나가 이 곳에 온 의미를 스스로에게 묻는 것이다. 타인을 통해서도 많이 듣는 질문이지만, 먼저는 스스로를 납득시켜야 하는 중요한 문제이다. 나와 함께 온 수정이를 생각하면 다소 이기적인 질문일지도 모르겠다.

나의 커리어에 있어서 다음 선택에 제한이 생기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수정이가 두번째 커리어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답을 생각하다보니, 결국에는 아래의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무엇이 되고 싶은가? (what I want to be)”

“무엇을 하고 싶은가? (what I want to do)”

첫번째 질문은 결국 직업에 대한 것인데, 답은 교수라고 해야 할 것 같다. 회사(industry)를 그만두고 다시 학계(academy)로 나온 이상, 그것도 포닥 연구원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교수가 되기 위해서 이 커리어를 이어나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 다른 답은 관련 분야의 회사 또는 연구 기관으로 채용되는 것이다. 유럽 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가능성은 낮지만 미국 또는 국내 유턴도 가능한 선택지 중에 하나이다.  이 답은 회사를 나왔는데, 다시 회사로 돌아간다는 점에서 첫번째 답보다는 이 곳에 온 의미를 다소 약하게 만들 수 있다. 심지어, 그것을 실패로 생각해서 힘들어하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이 관점이 아니더라도 지금의 시간들이 내 인생에 던져주는 의미는 여러가지 각도로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런데 나는 누군가가 첫번째 질문에 대한 답을 위해 살아간다면, 그 사람은 대단히 불행해질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직업에 대한 귀천 (또는 높고 낮음)이 통념으로 자리잡고 있고, 그것으로 인생의 성취도를 평가하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것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만족하지 못하거나 그 직업에 있어도 행복을 누리지 못한다.

두번째 질문 역시 직업으로 답을 할 수 있지만, 좀 더 본질적인 성격을 띄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을 하고 싶은가에 대해 나는 “초음파 의료기기에 들어가는 반도체 회로 설계”라고 답을 할 것이다. 학계에 있든, 산업에 있든 간에 중요한 것은 내가 이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나에게는 훨씬 마음의 평안(?)을 가져다 주는 답이다. 이 일을 할 수 있으면서 제대로 된 그리고 합리적인 여건 (이런 조건에 있어서는 유럽이 좋아 보인다) 이 보장된다면 무엇이 되느냐는 다음 문제이다.

물론 반도체 회로 설계라는 아주 일반적인 문구를 초음파 의료기기로 한정하면서, 다소 지나치게 구체적인 답이 되었다고는 말할 수 있겠다.  하고 싶은 목표의 범위가 너무 한정적이라면, 그것의 범위를 좀 더 넓게 받아들이려는 마음의 준비는 필요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초음파 의료기기 대신 다른 종류의 센서 (예를 들어 카메라 이미지 또는 자동차 등) 가 들어가도 받아들일 수 있는 가능성을 남겨 두기로 했다.

처음으로 참석했던 이 곳 교회의 구역모임에서 각자 자기의 자녀가 무엇이 되었으면 좋겠냐는 질문에 대해 나눔이 있었다 (마음열기 첫 질문). 그 곳에서 나는 주하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발견해서 그것을 할 수만 있다면 무엇이 되도 상관없다는 답을 했다. 다만 나는 주하가 그것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최대한 많은 기회를 열어주는 부모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앞으로 시간이 더 지나면서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이 생각을 남겨두기로 한다.

2 Comments »

  1. What I want to be.
    What I want to do.
    둘다 인생항로에서 쉬히 답하기 어렵다
    아들을 생각하면 물론 두번째쪽에 쪼금더 기운다 하지만 아빠에 욕심은 첫번째에도 또 그만큼 마음이 더간듯 이쪽을 보면 이쪽이 욕심나고 또 저쪽을 보면 이것도 욕심나고 우리는 하나님의 뜻을 구하면서 스스로의 인생길을 스스로가 개척해 갔다 반면 우리는 하나님께서 간구하면 그분께서 내인생을 이끌어 주시길 기도한다
    어렵지만 그분의 인도하심에 먼저우선순위를 두고 살아야 될것이다 아들 그분의 뜻을 이루가길 기도한다 그리고 응원한다

  2. 되고 싶은 것과 하고 싶은 것!!!
    결정하기 참으로 어러운 마음의 과제.
    하고 싶은 것 하면서, 되고 싶은 것도 이루어 가길 기도하네.
    우리가 믿고 의지하며 기도하면 이루어 주시는 주님이 이루게 해 주실거야,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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