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 타임 해제 – 겨울이 온다

유럽으로 와서 겪는 특이한 것 중 하나가 서머 타임이다.

낮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서머 타임을 적용하지 않는 나머지 날 대비 1시간을 앞당기는 것이다. (매우 헷갈리지만) 서머 타임이 시작되는 시점에 1시간을 잃어버리게 되며 어제의 오전 10시가 오늘은 11시가 된다. 평소보다 1시간 일찍 출근해야 같은 시각에 출근하는 셈이며 따라서 해가 매우 일찍 떠서 늦게 지는 여름에는 밝을 때 일과 업무를 1시간 빨리 마치고 햇빛을 충분히 즐길 수 있게 된다 (한창 대낮인데 퇴근이네? 역시 유럽인가 싶었다).

우리는 5월 22일에 네덜란드에 왔는데, 이 때가 여름의 시작으로서 한창 날씨가 좋을 때 였던 것 같다. 이 곳에 정착하는 시기로는 이주 이상적이었는데 왜냐하면 날씨가 좋았던 덕분에 우리 가족 모두 감기로부터 아주 자유로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 한국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미세먼지가 없으며, 종종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그리고 전원적 풍경을 볼 수 있었다. 먼저 온 한국 사람들이 햇빛을 볼 수 없으니 비타민D 를 따로 챙겨먹아야 한다고 했지만 그리 크게 와닿지 않았다.

그러나 10월 28일 서머 타임이 해제 되었고, 본격적인 겨울로 접어들기 시작하자 비로소 이곳 날씨의 진면목을 알게되는 듯 하다.

먼저 정말로 햇빛을 볼 수가 없다. 네덜란드는 산이 없는 데다가 공기도 맑으니 여름의 밝은 날이면 건너편의 도시도 볼 수 있었는데, 요즘에는 하루 종일 안개가 자욱하여 햇살이 아예 비춰지지가 않는다. 실내에 있으면 한낮에도 불을 켤 수 밖에 없고, 조명도 형광등이 아니기 때문에 집 안이 어둑어둑하다. 잘못하면 우울증에 빠질 수 있으니 꼭 비타민D를 챙겨먹고 반드시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말을 비로소 실감하게 되었다. 지난 주 (11월 마지막 주) 중에는 금, 토요일 이틀만 햇빛을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일몰 시각도 현저하게 빨라져서 오후 4시반이 되면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하여 6시가 되면 밤처럼 깜깜하다. 처음에 왔을 때는 밤 10시가 되어도 밝아서 적응이 안되었는데 이것 참 한국보다는 계절에 따른 밤낮의 길이차가 더 심한 것 같다.

대신 비는 더 자주온다. 거의 매일 온다. 하루 종일 장대비로 내리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우산을 챙겨들고 다닐 필요가 없는 날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약한 가랑비는 상시로 맞고 다니며 땅은 젖어있을 때가 더 많다. 이곳 사람들은 비내리는 것을 정말 신경쓰지 않는다. 우산은 정말 쓰지 않으며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데도 마치 비가 오지 않는 맑은 날씨 때처럼 운동복을 입고 조깅을 하곤 한다.

겨울이 되면 당연하게도 기온이 내려간다. 이 곳은 한겨울에도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지는 않는다고 한다. 저녁 9시인 지금 바깥 온도는 12도로 핸드폰에 표시되어있다. 하지만 바람이 많이 불어서 기온보다 더 춥게 느껴지는 것 같다. 특히 집에서도 바닥을 데우는 난방이 아니기 때문에 꽤 한기가 있다. 우리 집 온도는 스마트 온도 조절 프로그램으로 시간대별 온도 조절이 가능한데, 한동안 취침시간 온도를 17도로 해놓고 살았더니 새벽에 일어나면 정말 추웠다. 지금은 모든 시간 21도를 세팅해놓고 있는데 긴 옷을 입고 지내면 어느 정도 지낼만할 정도로 적응은 된 것 같다. 한 2-3주 전에는 우리 세명 모두 초기 감기 증상이 있었는데, 다행이 크게 더 심해지지 않고 나았으며 적응하는 과정이었던 것 같다.

문제는 여름과 달리 밖으로 외출하기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물론 잘 무장을 하고 밖으로도 다닐 수는 있지만 주말에 야외로 놀러가는 것이 힘들어졌다. 특히 주하가 걱정되니 더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네덜란드의 가족 친화적인 공원이나 동물 농장 같은 곳을 가는 것이 어려우니 날씨로 인한 제약 때문에 다닐만한 곳의 종류가 크게 감소하였다. 실내이면서 주하가 즐기기에 좋은 조건으로 한정하여 찾아보니 갈만한 곳이 많이 줄었다. 우리만 즐길 수 있는 (예를 들면 미술관) 곳을 가면 주하를 보느라 집중도도 절반 이하로 떨어지고 주하도 재미가 없기 때문에 이 곳에 와서 결국 느낀 점이 주하가 재밌게 즐길 수 있는 곳으로 가는 것이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DOK 도서관, 몽키타운 (영아부터 아이들이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실내 놀이시설 그리고 부모님들이 쉴 공간까지 마련되어 있음, 한마디로 키즈까페), 책 박물관, 미피 박물관 등이 겨울철 갈 수 있는 최적의 곳인 것 같고 또 다른 곳들을 찾고 있다. 주하가 조금 더 컸다면 선택지들이 좀 더 많이 질 수 있는데 아직 주하는 토들러 (toddler 12-36개월) 이기 때문에 과학박물관? 같은 곳은 약간 무리가 있다.

어느 새 12월이 되었다. 연말을 네덜란드에서 보내고 있을 줄은 작년 이맘 때쯤까지도 막연하게 설마하고 있었던 것 같다. 정말 가는건가 어쩌는건가 하면서 올 해를 시작해서 수정이와 함께 가족회의를 열면서 해외이사, 한국정리 그리고 재정 등을 의논하며 준비한 시간들이 정말 올 해 일어난 것인지. 한 몇년 지난 일처럼 느껴진다. 남은 이번 한해 잘 마무리하고 2019년에는 네덜란드에서 본격적으로 즐겁게 연구하는 한 해를 보내야겠다.

 

 

 

 

3 Comments »

  1.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긴 수정이랑 주하도 많이 답답하겠당. 셋 다 즐길만한 좋은 실내공간을 많이 찾을 수 있길 ㅎㅎㅎ

  2. 그렇게 햇빛이 없어서 어쩌누.
    세식구 잊지 말고 비타민-D 잘 챙겨 먹어야겠다.여기서는 상상이 안되는 일조량…
    여름에는 바람 부는게 좋았는데 이제 겨울이니 그 바람 잘 피해서 주하랑 즐길 수 있는 곳 많이 다니고.
    건강도 잘 챙기고,포부대로 내년에는 더 즐거운 연구가 계속되길~^^

  3. 한일년 쯤 살아보면 계절의 변화를 알게 되겠지 그럼 차쯤 요령들이 생겨 미리 미리 준비도 하고 적응도 되겠지 그때까지 잘적응하고 건강히 잘지내그라 수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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