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으로 나홀로 휴가 ! (5/31-6/1…6/2?)

1.휴가를 떠난 배경

발단은 5/5일 어린이날에 시부모님이 주신 용돈이었다. 원래 주하만 받는 것이었는데 어쩌다보니 남편과 나도 각각 어린이날 선물로 용돈을 받게 되었다!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ㅎㅎㅎ)

처음에는 7월에 예정된 오스트리아 학회에 가서 그 돈을 사용하려고 했으나 이번만큼은 각자 사용하고 싶은 곳에 쓰기로 했다.

남편의 권유로 나홀로 1박2일 여행을 결정했고 목적지는 런던으로 정했다. (사실 글을 쓰는 지금 내가 왜 런던을 다녀왔는지 기억이 안나서 물어보았다…..ㅋㅋ)

 

사실 4월에 동생이 이태리 밀라노로 출장을 온다고 해서 혼자 이태리 갈 준비를 다 했다. 그러나 출장은 막판에 취소되었고 주하도 아팠기 때문에 비행기와 호텔을 다 취소해버렸던 아쉬운 일이 있었다. 아마도 남편은 그 일이 마음에 걸렸나보다.

2. 왜 런던인가?

왕복 100유로로 비행기가 저렴했으며 네덜란드에서 멀지 않았기 때문에 선택했다. 그러나 물가를 고려하지 못했다. 런던 물가 너무 비싸다. 파운드도 비싸다.

3. 떠날 준비

  • 남편과 주하: 여행 2주전부터 단 둘이 보내는 시간을 매일 1시간 이상 가졌다. 서로에게 익숙해지기 위한 시간이었다. 엄마의 존재유무에 따라 이 두 사람은 행동패턴이 좀 다르기 때문에 둘 만의 시간을 보내는 연습을 했다.
  • 나 : 1박 2일이라는  제한된 시간에 무엇을 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하다가 ‘퇴사준비생의 런던’이라는 책이 떠올랐다.  런던에 있는 몇몇 브랜드들에 대한 책인데  ‘오 가보고 싶군!’ 이라고 했던 곳을 방문하기로 했다. 그리고 런던인만큼 뮤지컬도 예약했다. 제일 좋아하는 ‘오페라의 유령’으로.
  • 나: 떠나기 전 날은 너무 바빴다. 두 사람의 1박 2일치 식량을 준비하느라 !!! 과일까지 다 깎아놓았다.

4. 드디어 출발

동생이 주하 손을 놓고 떠날 수 있냐고 물어보았다. 나는 물론이라고 대답했다. 주하에게는 아빠가 있다. 홀로 두고 가는 것이 아닌데 왜 못 가겠는가? 이런 질문은 정말 사양하고 싶다. 아빠의 능력을 의심하지 말 것!

우리는 웃으면서 인사하고 헤어졌다. 주하는 공항에서 집에가는 길에 푹 잤다고 한다 !

5. 나홀로 휴가 시작

와. 비행기 혼자 타니까 정말 편하다. 유모차 안밀어도 되고 화장실도 편하게 가고 짐도 내 가방만 들면 된다. 비행기 안에서도 책 읽거나 자도 되고. 이것이 왜 감탄할 일이 된 것인지 좀 웃기다.

사실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숙소였다. Thistle Trafalgar Leicester Square 

트라팔가 광장에서 5분, 내셔널 갤러리에서는 2분거리이다. 완전 중심지에 있는 호텔이라 도보로 갈 수 있는 곳도 많고 대중교통으로도 웬만한 명소들을 쉽고 빠르게 갈 수 있었다.

일정은 아래와 같다. 위가 5/31일, 아래가 6/1일에 다닌 곳들이다.  관광지는 별로 없다. 나중에 남편이랑 다시 오면 되니까 !

  • Maison Bertaux – 스콘 맛집. 클로티드 크림과 딸기쨈 모두모두 맛있다.
  • Trafalgar Square – 그 유명한 트라팔가 광장. 숙소에서 5분거리
  • Foyles – 서점
  • Daunt Books – 서점
  • Monocle – 내년에는 구독해보고 싶은 매거진 이름이자 까페.
  • Fortnum & Mason – 홍차 브랜드. 백화점 수준이다.
  • Phantom of the Opera – 오페라의 유령 뮤지컬

  • The national Gallery – 꼭 방문해야하는 미술관
  • Waterstones – 서점
  • Whittard of Chelsea – 또 다른 tea 가게
  • Westminster Abbey – 웨스트민스터 사원
  • London Eye – 런던아이, 대관람차

1박 2일 동안 서점을 세군데나 방문했다. 네덜란드와서 주로 이북을 많이 읽다보니 종이책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네덜란드 서점은 가도 더치를 모르니 더 답답했다. 그래서 읽을 수 있는 책이 있고 아름다운 문구류가 있는 서점들을 실컷 돌아다녔다.

Foyles와 Waterstones는 교보문고 같은 대형 서점이었고 5개의 층을 사용하고 있었다. 각 층별로 카테고리가 나뉘는데 둘 다 한국이라는 카테고리가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은 북한에 관한 책이었고 신기했던 것은 Foyles에 한식에 관한 책이 있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김치담그는 법에 대한 책도 있었다. 내가 사오고 싶었다 ! 이런 책을 만드는 분들도 있다니 정말 대단하다.

Daunt books – 정말 아름다운 서점이다. 청록색의 벽이 너무 아름다웠다.

The national gallery –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가 정말 유용했다. 대여비용이 5파운드인데 전혀 아깝지 않았다. 둘째날 오전을 이 곳에서 보냈다. 여유롭게 설명들으며 그림 감상하는 시간이 행복했다. 미술사에 대한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만큼 좋은 시간을 보냈다.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모나리자만 보려고 숨가쁘게 돌아다녔던 것과 대조적이다.

오페라의 유령 – 초등학교 6학년 때 책으로 읽고 충격받았다. 강렬한 인상이 남아있어서 런던에서 꼭 보고 싶었다. 한국에서 봤던 것보다 무대연출이 훨씬 입체적이고 풍성했다. 물론 연기와 노래도 엄청나다. 이렇게 밖에 표현을 못해서 아쉽다.

기타 관광지 – 건축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서일까? 성당이나 사원은 더 이상 감흥이 없다. 처음에는 압도되는 느낌이 있었으나 지금은 ‘성당이군’ 정도의 감상밖에 할 수가 없다.  아쉽게도 빅벤은 공사중이었고 런던아이와 같은 대관람차는 전혀 탈 생각이 없다.

6. 엄마로서 나홀로 여행의 장점

혼자 생각할 수 있는 시간 – 고민이 필요하나 시간과 체력에 쫓겨 생각하지 못했던 이슈들에 대해 충분히 생각했다. 뿌옇기만 했던 것들이 맑아졌다.

숙면과 늦잠 – 얼마만에 혼자 자는 것인가 !!!! 아무도 날 건드리지 않는다 ! 제일 좋은 점이다.

유모차에서 해방 – 항상 유모차와 함께 하다가 혼자 걸어다니니 정말 자유롭고 편하다.

아이쇼핑 – 걸어가다 예쁜 것,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바로 가게에 들어가서 볼 수 있다.  주하는 엄마의 쇼핑을 항상 거부하며 엄마의 주머니를 지켜주는 효자다.

식사는 내맘대로 – 주하의 식사시간과 메뉴를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

7. 여행의 마무리는 파란만장하게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공항버스를 타러 출발했다.

-호텔 앞 지하철역 입구가 갑자기 폐쇄되었다.
-다른 입구를 찾느라 시간이 많이 흘렀다.
-지하철 내려서 공항버스 타는 곳을 찾는데 헤맸다.
-지나가는 공항버스를 보고 전속력으로 달려서 출발하려는 버스에 탑승했다.
-기사님은 내 표를 확인했다. 도대체 무엇을 확인했나?
-구글맵을 보는데 왜 목적지인 루턴공항과 점점 멀어지는지?
-결국 스텐스엔드공항에 도착했고 비행기를 놓쳤다.
-그래서 나는 6/2 일요일 아침 8:20에 이탈리아행 비행기를 탔고 2:40에 로테르담(델프트 옆 도시)행 비행기를 탄다.
-이 모든 상황에도 짜증과 불편한 기색 한 번 내비치지 않은 남편에게 고마울 뿐이다.

8. 다시 일상으로

남편은 기대 이상으로 주하와 2박 3일을 잘 보냈다. 변화무쌍한 네덜란드 날씨에도 불구하고 알맞게 옷도 잘 입혔다. (그렇지 않으면 감기 걸린다.) 주하는 엄마를 찾으며 울지 않았다.  평소에 아빠가 육아에 얼마나 적극 참여하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아마 한국에서 회사생활을 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남편도 내가 없으니 오히려 더 편하게 본인 스타일대로 주하를 케어할 수 있어서 더 편하다고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홀로 여행을 더 자주, 길게 다녀와도 될 것 같다.

사실 남편은 6월에 매우 바쁘다. 칩을 내보내야 하는 일정이 있어서 6월 내내 야근이 확정이다. 이렇게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연휴에 나에게 여행을 다녀오라고 해주어서 매우 고마웠다.

근데 다녀와서 생각해보니 1박2일 여행 후에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남편의 야근이다…! 나도 힘든 6월을 보내야 한다는 것이네….? 음…. 그래..  잘해보자.

P.S. 남편, 칩 일정 끝나고 오스트리아 다녀와서 오빠도 나홀로 여행 다녀와~  진짜 좋다 ㅋㅋ

 

3 Comments »

  1. 그런줄 알았으면 ㅋㅋ 용돈을 좀더 보내 주었을건데 여행경비는 부족하지는 안했는지~ 나름 좋은시간 보냈다니 좋구나

    요즘 주하의 모습보면 정말 예쁘고 귀엽다 아빠랑 엄마 찾지않고 잘지내준 우리주하 넘 대단해
    우리 주하는 정말 성격이나 하는게 남다르다 징징대고 짜고 울고 보채는게 전혀 없으니 보통아이들 하고는 완전 다르다 얼마나 대견스런가? 그것만큼은 우리 착한며느리도 인정 해조야징 아마도 시원스런 엄마를 닮았겠지~~
    감사하고 돌아오는 길 정말고생했다 그래도 별탈없이 안전하게 귀가해서 감사 감사하다

    항상 서로를 아끼며 존중하고 귀하게 여기며 행복하게 잘살아라
    필요한것 있으면 언제든지 이야기하고 누구나 자식을 향한 그 사랑의 마음은 끝이없단다
    우리 귀염둥이 손자 김주하대장님 잘키워죠서 감사하지고 솔찍히 우리주하가 너무나 보고싶다 눈물 나게 보고싶다 고녀석 할아버지랑 아장 아장 걸어다니면 정말 좋을건데~~ 보고싶군

    수고해라 우리 사랑스런 며느리~~
    아들이랑 우리손주랑도 건강히 잘지내고 아들 열심히해서 좋은결과 나오길 기도한다 홧팅!!!

  2. 주하를 혼자 볼 때 장점:

    동기부여가 확실해져서 주하를 능동적으로 보게 됨. 오늘 하루 주하와 무엇을 할지 계획을 세우게 되고 시간되면 가방싸고 옷입히는 일들이 머리속에 준비되었다가 실행됨. 그리고 일정이 클리어 될 때마다 해냈다는 성취감이 느껴짐

    반대로 엄마(수정이)가 있는 경우에는?
    머리속이 텅 비어있으며 집 안에서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게됨. 시키는 일은 시키는대로 하려고 하나, 내가 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서 그 일이 더 힘들다고 느껴짐. 주문이 여러개들어오면 endless order 라고 투덜투덜..ㅋㅋ

    엄마가 있을 때도 능동적으로 하면 되는거 아니니? 라고 물어본다면

    네 맞습니다. 할말이 없고요
    굳이 변명을 하자면 시험기간이 아닐 때는 공부를 해도 집중이 잘 안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

    아무튼 핵심은 그래서 혼자 보는 것이 더 좋다는게 아니고 역시 사람은 스스로 해야된다 였습니다..ㅋㅋ

  3. 결혼 이후 혼자만의 첫 여행이었을텐데 잘 지내다 돌아오는 길을 헤맸군.ㅋㅋ
    똑순이 원숭이가(수정) 나무에서 떨어 졌어.ㅋㅋ

    주하아빠 칭찬해~!
    주하도 장하고~!

    주하 보다가 멘붕 오면 어쩌나…
    주하가 밤에 자다 깨서 엄마 찾으며 울면 어쩌나…
    낮에도 밥 안먹고 떼쓰면 어쩌나…
    이 모든게 나의 기우였어,참 다행스럽게도.
    우리 똑똑한 주하가 상황 파악 제대로 잘한거지.
    또 주하 아빠가 그동안 주하랑 잘 놀아줘서 주하가 엄마 없어도 안심하고 잘 놀았고.ㅎ.ㅎ

    혼자만의 귀한 시간 갖게 해준 사위에게 고맙고 여행갈 계기를 제공하신 시부님께도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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