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프 아웃과 비행기 티켓

포닥에서의 첫번째 테이프 아웃

포닥으로 델프트에 온 이후 1년하고도 2개월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서야 첫번째 테이프 아웃 (tape-out) 이 끝났다. 테이프 아웃의 뜻은 위키피디아에 다음과 같이 나와 있다.

In electronics design, tape-out or tapeout is the final result of the design process for integrated circuits or printed circuit boards before they are sent for manufacturing.

공정으로 보내지기 전의 집적회로 설계의 최종 결과물을 완성하는 것? 정도로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하여간 칩 제작을 위한 설계 도면이 반도체 생산 라인에서 제조에 들어갈 수 있는 단계까지 최종 완성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테이프 아웃 위키피디아의 시작에 ‘대부분의 독자가 이해하기는 어려운 기술적 내용이 포함되어 있음 (This article may be too technical for most readers to understand.)’ 이라고 되어 있으니 그냥 매우 바쁜 시기가 한 번 끝이 났다라고 말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물론 모든 과정이 끝난 것이 아니다. 이제 설계도면이 공정 회사로 보내져서 최종 칩이 돌아오면 그 뒤로는 측정 – 칩의 동작여부와 성능을 판단하는 시험대 (또는 심판대의 느낌!) – 이 기다리고 있다. 이미 설계도면은 내 손을 떠나게 되었으니 측정준비와 시뮬레이션 검증만 추가로 할 뿐이다. 물론 간절한 기도와 함께…!

반도체 회로 설계자에게 이 테이프 아웃 기간은 숙명과도 같다. 짧게는 한달, 길게는 3개월 정도 합숙? 비슷한 업무량에 시달린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는 아무리 여유있고 합리적인 계획을 세워도 무조건 테이프 아웃 직전은 고생인 듯 하다. 이쪽 필드의 특성상 워라벨이 좋은 유럽이어도 마찬가지이다.

최근 두달은 퇴근 후 저녁식사, 주하와 놀기 그리고 목욕하기가 끝나면 다시 학교로 돌아가서 일을 했다. 물론 이곳이니 저 스케줄이라도 가능했지, 한국이었으면 저것도 힘들었을 것 같다. 매일 저녁마다 가야하니 안가도 되니 하면서 한주 한주 기다리는 것도 아내 수정이에게 매우 고단한 일이었는데 미안하고 고마운 시간이었다.

폭풍 비행기 결제

엊그제부터 Skyscanner 앱을 다운받고 폭풍 여행지 검색을 시작했다. Skyscanner 가 이렇게 좋은 기능이 있는지 몰랐는데 특히 PC 에서 검색을 하니 내가 원하는 기간에 어디로 가는 것이 가장 저렴한가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이렇게 최저가를 찾기에 애쓰는 이유 중 하나는 원래 예정되있던 여행 (학회 참석) 을 취소하면서 한달 월세 수준의 금전적 손실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주는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열리는 유럽 한인과학기술자 학술대회 참석이 예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출발을 이틀 앞둔 지난주 수요일에 설계의 문제점이 시뮬레이션에서 발견되는 비극이 발생했다. 물론 테이프 아웃 전에 발견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문제를 해결하고 이를 설계도면에 반영하는 것을 출발 전에 끝내기란 도저히 무리였고, 결국 참석을 취소하기로 했다. 학회 전후로 비엔나와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여행할 계획이었는데 무산되고 말았다. 주변 동료들 모두 아내는 괜찮다고 하는지 먼저 물어보았는데, 수정이가 대승적 결단으로 흔쾌히 동의해주었다. 만약 그 상태로 일주일 미루고 비엔나로 떠났다면 여행 내내 마음이 불편했을 뿐 아니라 다녀와서 다시 작업을 한다는 것이 무척 고단했을 듯 하다.

올해 내내 이 테이프 아웃의 압박에 시달렸던 나는 우리 모두에게 대대적인 보상?이 절실함을 느꼈고, 그 결과 폭풍 클릭이 시작되었다.

  • 베니스 (이탈리아 북부)
  • 니스 (프랑스 남부)
  • 나폴리 (이탈리아 남부)

남은 올 해 하반기 여행지 세 곳을 모두 예매했다! 특히 수정이는 짧게 이탈리아 밀라노도 갈 예정이니 올 해 이탈리아를 두루 만끽할 기회가 된 듯하다. 지난번 몰타 여행을 계기로 우리는 지중해 휴양지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가장 큰 이유는 훌륭한 건축물이나 박물관 등을 감상하기에는 주하가 너무 어리기 때문이고, 조금은 유럽의 멋진 건축 풍경에 익숙해져서 감흥이 덜한 것도 있다. 이왕 이렇게 된 것 올해는 지중해를 즐기는 컨셉? 으로 가게 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첫번째 테이프 아웃이 끝났고, 이 칩이 나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지는 모르지만 칩이 동작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과 함께 다음 계획을 세워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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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하의 두돌맞이 엄마표 생일케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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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산책 때마다 이렇게 쉬는 주하 …ㅋㅋㅋㅋ

2 thoughts on “테이프 아웃과 비행기 티켓

  1. 칩 제작을 위한 설계 도면!!!
    얼마나 어렵고 힘들면 야근없는 그 나라에서 야근을 두달이나 했을까?
    ‘수고 했네’라는 말 밖에 할 말이 없군.
    그 와중에 주하랑 놀아주고 샤워도 시키고 가족과 저녁도 먹고.
    좋은 아빠 좋은 남편이야 주하아빠는~^^
    그러니 수정이도 힘들었지만 견딜 수 있었을거야.곁에 있어 도와줄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래,가끔 여행도 하면서 재충전 해야지.
    그래야 더 좋은 아이디어도 나오고 부부 사이도 좋아지고 주하랑도 더 친밀해 지고.
    물론 지금도 아주 좋지만 더더 좋아지기 위해서 말이야.

  2. 매사가 계획대로라면 인생사는 너무 흥미없을거다 또한 미래의 가는길을 알고갔다해도 그것은 가치없은 삶 일거구 그래서 고사성어에도 고진감래라는 말도 그래서 생겼을거구 주야간으로 애쓰고 수고한것 이제 그 결과가 잘나와~ 보람과 성취의 참맛을 느꼈으면좋겠구나 노력하고 최선을 다했으니 그 결과는 하나님께 이젠 맡기고 위로와 찬사를 보낸다 물론 결과를 위한 기도는 매일매일 할것이고~
    잠시라도 피로도 풀겸 함께 여행지에서 행복한 시간 보내그라~ 사랑하고 축복한다 내 사랑하는 아들 가족~~^^

    김주하대장님
    씩씩하게 무럭무럭 잘 자라고 ~~ 귀엽고 예쁘당
    외할머니 오셨으니 외할머니랑 행복한 시간 마니 마니 보내 김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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